
두쫀쿠 이벤트로 본 유인구조의 명암
유행이 헌혈대를 채웠다
2025년 하반기, 두바이쫀득쿠키(이하 두쫀쿠)가 전국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편의점·카페·온라인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품귀 현상이 이어졌고, 유통업계는 이른바 끼워 팔기 방식으로 두쫀쿠를 판촉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대한적십자사 헌혈의집 역시 이 흐름에 합류했다. ‘헌혈 1회당 두쫀쿠 1개 증정’을 내건 이벤트가 시작된 것이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레드 커넥터 앱이 공개한 혈액 보유량 데이터에 따르면, 이벤트 시작 전 A형 기준 2.7일분이던 혈액 재고는 당일 3.0일분, 다음 날 3.6일분, 10일 후에는 4.6일분으로 급등했다. B형(4.4→6.5일), O형(2.5→4.1일), AB형(2.9→4.8일) 모두 이벤트 전 대비 1.5배 이상의 보유량을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두쫀쿠 이벤트는 성공적인 캠페인이었다.
두쫀쿠 이벤트 전후 혈액 보유량 변화 (단위: 일)
| 혈액형 | 이벤트 전 | 당일 | 다음 날 | 10일 후 |
| A형 | 2.7 | 3.0 | 3.6 | 4.6 |
| B형 | 4.4 | 4.5 | 5.3 | 6.5 |
| O형 | 2.5 | 2.9 | 3.5 | 4.1 |
| AB형 | 2.9 | 3.2 | 3.8 | 4.8 |
* 혈액은 채혈 후 사용 기한이 짧아 ‘L’ 단위 대신 ‘일’ 단위를 사용한다. (출처: 레드 커넥터 앱)
유행 아이템이 인센티브가 될 때
헌혈의집은 기존에도 영화관·햄버거·편의점 쿠폰 등을 증정품으로 제공해왔다. 그런데 이번 두쫀쿠 이벤트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다면, 그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경제학에서는 이를 유인구조(incentive structure)와 인센티브 이론으로 설명한다. 유인구조란 특정 행동을 이끌어내도록 설계된 인센티브 체계를 뜻하며, 금전적·비금전적 혜택 모두를 포괄한다. 이 틀에서 두쫀쿠는 ‘]외재적 편익의 역할을 맡는다. 헌혈에 수반되는 시간 소요·신체적 불편이라는 비용을 상회하는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행동의 임계점을 낮추는 것이다.
두쫀쿠가 지닌 또 다른 기능은 상징성이다. SNS가 일상화된 지금, 두쫀쿠와 헌혈증서를 함께 찍은 사진은 단순한 인증샷이 아니라 ‘헌혈 참여의 증표’로 유통된다. 사회적 인정 욕구를 매개로 한 이 간접 홍보 효과는 어떤 광고 캠페인보다 자연스럽게 헌혈 문화를 확산시킨다.

두쫀쿠의 두 얼굴 : 동기 잠식 효과의 경고
그러나 보상이 언제나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에는 동기 잠식 효과(crowding-out effect, 혹은 과잉정당화 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외적 보상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원래 행동을 이끌던 내적 동기가 오히려 약화되는 현상이다. 헌혈은 본질적으로 생명을 나누는 이타적 행위다. 하지만 두쫀쿠를 받기 위한 행위로 인식이 고착되면, 이벤트가 종료된 후 헌혈 의지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가 된다.
이 우려는 보상 규모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소액의 음료 쿠폰이나 과자는 헌혈을 거래 행위로 전환시킬 만큼의 유인력을 지니지 않는다. 하지만 두쫀쿠처럼 희소성과 유행이 결합된 상품은 그 경계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 보상이 클수록 단기 참여율은 높아지지만, 동시에 헌혈의 자발적·이타적 성격이 희석될 위험도 커진다.
장기적으로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두쫀쿠 이벤트에 익숙해진 참여자들이 이벤트 종료 후, 또는 보상의 매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헌혈 참여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이벤트가 단순히 오늘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수준을 넘어,’헌혈이 왜 가치 있는가’ 라는 내적 동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균형 잡힌 유인구조를 위하여
두쫀쿠 이벤트는 혈액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해법으로 기능했으며, 그 효과는 데이터로 증명되었다. 그러나 보상이 참여의 유일한 이유가 되는 순간, 헌혈 문화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상적인 유인구조는 보상이 참여의 계기로 작동하되, 헌혈의 사회적 가치와 생명 나눔의 의미가 그 이면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구조다. 두쫀쿠를 받고 헌혈대에 앉은 그날의 경험이 다음 번 헌혈을 이끄는 힘은, 결국 쿠키가 아니라 헌혈증서가 담고 있는 의미에서 나와야 한다.


헌혈의 유인 중 상당수가 영화표에 기인하고 있음은 씁쓸하지만 뚜렷한 현실이기도 하죠. 이러한 헌혈 시 제공 상품에 대해 가장 민감할 당사자인 청소년 분들의 생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