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년 반, 서울 교육은 많은 혼란을 겪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은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고, 그 파장 속에서 학교 현장 또한 거세게 흔들렸다. 또한 학생들은 ‘윤어게인’을 외치기 시작했다. 유튜브와 SNS에서 양산된 극우 컨텐츠와 가짜뉴스는 학생들의 일상으로 빠르게 침투했고, 교실 안 토론과 관계 맺음의 방식까지 바꾸어 놓았다. 학생들은 부정선거론과 가짜 뉴스를 여과 없이 수용하고 있다. 학력 격차, 획일화 된 교육, 디지털 전환이라는 묵은 시대적 과제 위에 이제는 ‘교실 안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문제까지 겹쳐진 것이다.
그 한복판에서 지난 1년 반동안 서울특별시교육청을 이끌어 온 정근식 후보가 다시 서울교육감 선거에 나섰다. 정근식 후보는 민주진보 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 경선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해 민주진보 교육감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정근식 후보는 이번 선거의 출마 계기로 책임감을 말했다. 1년 반 동안 만들어 놓은 계획들을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구현해야 할 의무를 지고 선거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임을 지겠다는 다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책임을 완수할 구체적인 방법이다.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 당시, 정근식 교육감의 공약 가운데 ‘팩트체크 교실’은 대부분의 교실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학생과의 대화 역시 1년 반 내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현장에서 학생들이 산재를 당하는 경우는 여전히 빈번하다. 서울의 자사고 성별 불균형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았다. 12년간 이어진 진보 교육의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협력 교육’이라는 방향이 입시 경쟁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는지, 교육감의 판단이 닿아야 할 영역은 넓고 복잡하다.
정근식 후보는 그 해답의 출발점을 학생에게서 찾겠다고 말한다. “학생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이 교실의 일상이 되는 것, 학생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판단의 주체로 세우는 것. 말처럼 간단하지 않은 이 변화를 정근식 후보는 정책과 구조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흔들리는 교실을 바로 세우고 미래 교육의 본질을 지키겠다는 정근식 후보를 만나 그 구체적인 복안을 들어보았다.

이번이 두 번째 서울교육감 출마인데, 출마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1년 반 전에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 왜곡, 광복절 파동 등을 보며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사명감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지난 1년 반 동안 만들어 놓은 종합 계획들을 실제 학교 현장에서 구현해야 할 책임이 생겼다. 그만두면 그 계획들이 흐지부지될 수 있으니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1년 반 전에는 사명감으로, 지금은 책임감으로 임한다. 서울 교육을 다시 세우기 위해, 나를 도구로 사용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비상계엄과 탄핵을 계기로 학생 극우화가 심화되고 있다..극우화의 실태와 해결책은.
먼저 구분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생각 자체가 우경화된 것인지, 아니면 정치인들을 조롱거리나 화제거리로 삼는 문화가 심화된 것인지. 물론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기도 하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했다가 알고리즘을 타고 가짜 뉴스에 노출되면서 부정선거론을 실제로 믿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해결책은 결국 진지한 독서와 토론, 그리고 팩트체크 교육밖에 없다. ‘그게 정말 사실이야?’라는 의문을 일상적으로 제기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2024년 보궐선거 공약이었던 팩트체크 교실이 학교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이고 재선 시 보완 방안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짧았던 것도 있고, 언론진흥재단과 협약을 맺어 운영했지만 그 모델이 일반 학교까지 확대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시범 사업의 성과를 검증한 뒤 일반 학교로 확대하는 단계를 아직 밟지 못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앞으로의 숙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교육은 단번에 모든 학교에 동시 적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시범 사업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
지난 1년 반 임기동안 학부모, 노동자들과의 대화는 정례화됐지만, 정작 학생과의 대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생도 엄연한 교육 공동체의 일원인데.
맞는 지적이다. 학부모와의 대화, 노동조합과의 대화는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학생들과의 공식 대화는 많이 없었다. 학생,청소년 단체가 학부모단체, 노동조합에 비해 수가 적기 때문도 있다. 학생 당사자 단체가 학생참여단, 학생참여위원회에 그쳤다. 올해는 학생들과의 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11개 교육지원청별로 학생 대표들과 간담회를 추진하고, 초·중·고 학교급별로 나눠 진행하겠다. 오늘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
지혜복 교사가 법원에서 공익제보자로 인정됐다. 직권 복직 추진 계획은.
교육감의 직권은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교원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이미 ‘부당 전보가 아니다’라는 결정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교육감이 임의로 이를 뒤집으면 직권 남용이 된다. 조희연 전 교육감도 그 때문에 문제가 됐다.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복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 교육청이 조정안을 먼저 제안했지만 정작 원고 측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사정도 있다. 가능한 한 빨리 복직을 이행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12년간 진보 교육감 체제가 이어졌지만 기대만큼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진보 교육계 내부의 자기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진보냐 보수냐’는 추상적인 틀보다 구체적인 사안으로 논의해야 한다. 일제고사 부활에 찬성하느냐, 특수교육을 확대하느냐, 느린 학습자를 어떻게 지원하느냐처럼 말이다. 핵심은 공부 잘하는 학생 중심으로 갈 것인가, 모든 학생 중심으로 갈 것인가의 차이이다. ‘협력 교육’이라는 슬로건도 현실이 경쟁 중심이기 때문에, 협력 교육이 실현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학생회가 유명무실하다. 이러한 학생회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할 방안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교장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학생회 활동이 크게 달라지는 지금의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학교 단위에서 교사·학부모·학생이 함께 이 문제를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AI 시대가 되면서 ‘교육은 선생님이 하는 것’에서 ‘공부는 학생이 하는 것’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학생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로 인정할 것인가, 이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겠다.
수행평가가 너무 많다. 서술형 수행평가 장려 정책이 현장에서는 ‘긴 글 암기형’으로 변질됐다.
그렇게 빨리 편법이 나온다는 것이 참 곤란하다. 고교학점제의 최소 성취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행평가를 편법으로 운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과정 중심 평가의 취지 자체는 옳지만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제대로 안착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수행평가를 없애는 것도 답이 아니다. 제대로 된 방향을 계속 고민하겠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중 학생 사망이 반복된다. 이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은.
학생 안전 문제는 교육의 연장으로 강력하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안전 기준을 강화할수록 사회 진출 기회가 줄어드는 풍선 효과가 생긴다. 실습 기회가 막히면 사회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은둔·고립 청소년이 늘어난다. 우리나라 특성화고 학생 비율은 전체의 14%에 불과한데, 핀란드는 42%이다. 안전과 사회 진출 기회 확대, 두 가지 균형을 잡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 자사고 16곳 중 남고가 11개, 여고는 단 2개다. 여학생들의 선택권이 심각하게 제한돼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는 인터뷰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교육청이 자사고의 성별 구성을 임의로 바꾸는 데는 법적 한계가 있다. 다만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작동하면 자사고의 메리트가 점차 줄어드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자사고들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때 시설 개선이나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성별 불균형 문제는 인지한 만큼 앞으로 면밀히 검토하겠다.

고교 자퇴가 입시 전략으로 굳어지고 있다. 대학을 가기 위한 고교 자퇴가 횡행하는데, 이런 학생들을 다시 공교육으로 포용할 방안은.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의 대부분이 입시 목적으로 자퇴한 학생들이다. 이들에 대한 우대 조치를 늘리면 오히려 자퇴를 유도하는 역효과가 생기고, 줄이면 진짜 어려운 청소년이 소외된다. 참 말하기 어려운 딜레마이다. 근본적으로는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의 수단으로만 기능하는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이것은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경쟁 압박을 낮추기 위해 내신과 수능을 5단계 절대평가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대입 제도의 공론화를 추진하겠다. ‘세상중학교’와 같은 공립 대안 교육 기회를 확대하여, 학생들이 잠시 멈추더라도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회복의 틈’을 마련하겠다.
성소수자·이주배경·장애 학생들이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의 인권을 보장할 방안은.
혐오는 안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장 선생님의 생각이 실질적으로 많은 것을 좌우한다. 교육감이 방향을 제시해도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30~40년을 현장에서 쌓아온 관행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현실도 있다. 명백히 잘못된 것들을 개혁해 나가면서, 교장 공모제 확대 등 구조적인 변화도 함께 추진하겠다.
금융·노동 교육 등 실생활에 필수적인 교육이 학교 현장에 없다. 이를 정기적으로 확대할 방안은.
정규 교육과정에 새 과목을 집어넣는 것은 사실상 전쟁이다. 1시간을 넣고 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 대신 중3 학기말이나 수능 이후 같은 전환기 교육을 적극 활용해 노동·금융·인권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세무사협회, 변호사협회 등 수많은 직능단체들이 학생들과 만나고 싶어한다. 이런 연결을 더 체계화 하겠다.
자유학기제와 학년제가 계속 바뀌며 현장 혼란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자유학년제를 확대할 생각은 없는지.
자유학기제, 학년제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고등학교를 반드시 3년으로 채워야 하는 것도, 졸업 후 바로 대학에 가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처럼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고 나서 대학에 가는 문화도 고민해볼 만하다. 다만 교육감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균형을 잡아 추진해야 한다.
점심시간 축구 등 체육 활동이 민원과 사고 책임을 이유로 금지되는 학교가 늘고 있다. 학생의 놀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방안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노는 소리가 즐겁게 들려야 하는데, 그것을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이다. 교육청이 일률적으로 지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학교와 지역 주민이 함께 풀어가야 한다. ’주민과 소통하라‘는 말이 항상 정답이지만, 현실에서는 잘 안 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주민과의 소통이 원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지난 1년 반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포부, 그리고 학생들에게 한마디.
올해는 학생들과의 대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늘리겠다. ’학생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말이 교실에서 일상이 되는, 그런 문화를 만들겠다. 학생인권조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문화다. 학생들과 더 많이, 더 깊이 대화하겠다.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민감한 주제에 대한 질문이 오간만큼, 의미가 있는 인터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