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학교 급식 시스템이 대대적인 수술대에 올랐다. 제22대 국회는 최근 본회의를 통해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그간 급식 현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 온 고강도 노동과 인력 배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은 학생들의 식단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권을 국가 차원에서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노동 강도 수치화… ‘1인당 식수인원’ 가이드라인 도입
그동안 학교 급식실은 공공기관 중 가장 열악한 노동지로 분류되어 왔다. 조리 종사자 1인이 담당하는 식수 인원이 일반 공공 식당보다 현저히 많아, 조리 과정에서의 산재 사고와 폐암 발생 등 보건 위협이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교육부 장관이 ‘급식종사자 1인당 적정 식수인원’에 대한 기준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는 교육청마다 제각각이었던 인력 배치 기준에 국가 표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과도한 노동 강도를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법적 장치가 될 전망이다. 향후 이 기준에 따라 신규 인력 채용과 조리실 설비 현대화 작업이 연동되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과밀 학교’ 영양교사 2인 배치… 전문성 확보의 기틀
학생 수가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과밀 학교나 하루 세 끼를 모두 제공하는 기숙형 학교의 경우, 영양교사 1인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량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영양 관리, 식단 작성, 위생 감독은 물론 복잡한 행정 업무까지 겹치면서 정작 중요한 영양 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개정안은 재학생 수와 급식 횟수 등 학교별 여건을 고려하여 영양교사를 2인 이상 배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는 급식 관리의 공백을 메우고 학생들에게 보다 세밀한 식생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다식 학교의 경우 야간 근무와 교대 근무 체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어, 급식의 위생과 질적 수준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안교육기관 포함… ‘보편적 먹거리 기본권’ 확립
이번 개정안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대안교육기관 학생들까지 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였다. 기존 법령 아래에서는 정규 학교 위주로 급식 지원이 이뤄지면서 대안학교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차별적 대우를 받아왔다.
법안 통과에 따라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관들도 학교급식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 국가와 지자체의 급식비 및 시설 개선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학생이 어떤 교육을 받느냐와 관계없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 원칙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급식실 환기 및 안전 점검의 제도화
급식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안전 보건 점검 체계도 강화됐다. 교육감은 주기적으로 급식 시설의 환기 설비 상태와 조리실 환경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표해야 한다. 이는 최근 급증한 조리 흄 관련 폐암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직접적인 조치로, 학교 급식실 환경을 안전이 관리되어야 할 사업장으로 규정한 결과다
남겨진 과제: 예산 확보와 실행력 담보
법안의 통과로 제도적 골격은 마련되었으나,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예산 확보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인력 증원과 노후 설비 교체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와 각 지자체 간의 원활한 재원 분담 협의가 필수적이다. 또한, 법안의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반영될지가 개정 법안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22대 국회의 이번 법 개정은 학교 급식을 단순한 복지 서비스를 넘어 노동과 교육, 건강이 공존하는 필수 시스템으로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