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경찰서 앞 시민사회 공동행동, 학교 측의 ‘보복성 고소’와 경찰의 ‘과잉수사’ 강력 규탄 피고소 학생의 폭로 “래커칠 안 했는데 억지 고소당해… 국가 폭력에 맞설 것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발생한 ‘외국인 남학생 입학 허용’ 반대 시위가 학교 본부의 무더기 고소와 경찰의 주거지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단순한 학내 갈등을 넘어 대학 내 표현의 자유 위축과 공권력 집행의 적절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경찰서 앞에는 ‘성신여대 민주주의 탄압 분쇄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 소속 활동가들과 학생들이 집결해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와 경찰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적 합의 실종된 남학생 입학 허용 추진
이번 사태의 뿌리는 202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신여대 본부는 국제학부 신설과 함께 해당 학부에 한해 남성 외국인 입학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구성원과의 민주적 합의가 실종되었다고 비판하며, 반민주적 학제 개편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캠퍼스 내 동상과 건물 등에 래커칠을 하는 등의 행위가 발생하자, 학교 측은 이를 ‘공동재물손괴’ 및 ‘공동건조물침입’으로 규정하고 학생 1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학교가 대화 대신 형사 처벌이라는 강경책을 선택해 학생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하지도 않은 행위로 억지 고소
11일 기자회견에서, 피고소인 중 한 명인 심리학과 24학번 이주영 학생의 실명 발언이 이어졌다. 이 씨는 “나는 하굣길에 래커칠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장에는 성명 불상의 학생과 함께 래커칠을 했다는 허위 사실이 적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학교 측은 학생활동지도위원회(학지위)를 통해 학생들을 소환하고, 진술서라는 명목 하에 ‘사과문’ 작성을 강요했다. 이 씨는 “사과문을 쓰지 않으면 처벌 불원서나 고소 취하를 해주지 않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학교의 보복성 행정을 낱낱이 공개했다.

주거지 압수수색, “대학가에 불어닥친 공권력의 칼바람”
논란을 더욱 키운 것은 경찰의 대응이다. 경찰은 지난 1월, 시위 참여 학생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나섰다. 대학 내 시위와 관련해 단순 재물손괴 혐의로 학생의 자택까지 수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공대위 측은 “조사 과정에서 특정 사상이나 단체와의 연관성을 묻는 등 ‘주동자 색출’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는 명백한 과잉 수사이자 사상 검증이라고 비판했다. 이주영 학생 역시 “시위한다고 국가 폭력이 이렇게 들어오면 안 된다”며 “앞으로 인생에 어떤 발목을 잡을지 몰라 겁도 나지만, 아닌 건 아니기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사람을 돈으로 보는 학교”… 근본적 성찰 요구
참가자들은 학교 본부가 학내 구성원을 존중하기보다 재정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영 학생은 “학교의 논리는 돈이 없으니 학생들의 합의는 필요 없고, 돈이 될 만한 외국인 학생이면 다 받겠다는 것”이라며 “사람을 돈으로만 보는 학교의 태도에 신물이 난다”고 성토했다.
또한 올해가 성신여대 투쟁 중 사망한 권희정 열사의 30주기임을 상기시키며, 선배들이 쌓아온 학내 민주주의가 자본과 공권력에 의해 침탈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대화 나서야”
기자회견을 마친 공대위와 학생들은 성북경찰서에서 성신여대 정문까지 행진하여 시민들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알렸다. 또한 학교 측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학교 측의 부재로 전달되지 못 했다. 피고소인 이주영 학생은 성신민주광장 표석 앞에 누워, “항의서한을 받으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끝내 학교측은 항의서한을 받으러 나오지 않았다. 학교측의 부재로 항의서한은 성신민주광장에 표석에 놓였다.


이번 사태는 대학 본부가 학생들을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는지, 그리고 국가 권력이 학내 갈등에 개입하는 수위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신여대 측이 향후 어떤 태도로 대화에 임할지, 경찰의 수사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