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독재에 항거한 최초의 여학생 민주열사 기려… 모교 전남여고 재학생 회장단 직접 참석해 추모사 낭독
박선영 열사의 서거 39주기를 맞아 2026년 2월 20일, 광주 전남여자고등학교(이하 전남여고)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열사의 어머니 오영자 씨를 비롯해 전남여고 회장단, 서울교육대학교 제40대 총학생회, 서울교대 박선영·남태영·안기남 열사 추모사업회, 민주유공자법 시민사회 추진위, 진보당 광주동구 박현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추모제에는 서울교육대학교 장신호 총장이 처음으로 공식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추모사업회 측은 1989년 초대 회장이 무기정학을 당한 이래 30여 년 만의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박선영 열사는 1966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여고를 졸업한 뒤 1985년 서울교육대학교 수학교육과에 입학했다. 그는 재학 중 각종 가두시위와 사회과학 학습에 참여하며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몸을 던졌으나, 학교 당국의 감시와 탄압, 가족에 대한 위협 속에서 극심한 갈등에 시달렸다.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소식에 충격을 받은 그는 그해 2월 20일 “조국의 암담한 현실에 분노·항의”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물두 살의 나이에 자결했다. 전두환 독재정권에 항거하여 스스로 목숨을 던진 최초의 여학생 민주열사였다. 경찰은 유서를 탈취하고 사건을 ‘단순변사’로 처리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했다. 서울교육대학교는 1988년 2월 박선영 열사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으며, 2002년 10월 민주화운동 관련자(사망)로 공식 인정됐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열사의 모교인 전남여고에서 재학생 회장단이 직접 참석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97대 전교회장 김기은은 “박선영 열사의 후배라는 사실에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꼈다. 추모사를 쓸 때 자신을 역사와 현재를 잇는 물결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청소년의 민주주의 실천에서 제일 우선되는 것은 사회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것이며, 나는 이를 학생들이 좋아하는 행사를 통해 실천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전교부회장 김소윤은 “박선영 열사는 나이·위치 등 지위와 상관없이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면서 “과거보다 지금이 자신의 생각을 더 잘 말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그 생각이 실현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학생 모두 전남여고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박선영 열사를 잘 알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학생회 활동을 통해 열사의 삶을 더 깊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교대 추모사업회 최성호 회장은 인사말에서 열사가 자결 일주일 전 일기에 “미쳐가는 세상, 코뿔소가 되자”라고 적은 것에서 이번 추모자료집 제목 ‘코뿔소’를 따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27년 박선영 열사 40주기를 맞아 서울교대 학생운동사 편찬과 열사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을 추진 중임을 밝혔다.
장신호 서울교대 총장은 추모사를 통해 “박선영 열사가 보여준 용기와 신념은 우리 사회와 교육 현장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다”며 “불의에 맞서는 용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책임 있는 실천이야말로 학생들에게 전해야 할 가장 중요한 배움”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추모제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열사의 정신이 청소년 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박선영 열사는 1987년 11월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장됐으며, 2023년 11월에는 5·18민주화운동 참여자인 박기순·김경희 열사와 함께 전남여고 출신 민주열사로 선정돼 모교 ‘기억이음벽’에 그 행적이 영구히 새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