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토끼풀 제공.
국회에서 혐오표현 방지 토론회 개최
2026년 8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교육현장에서의 혐오표현 방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 · 차별 대응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 김학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을 비롯해 교원, 학생, 학부모, 시민사회 관계자 등이 참석해 교육현장의 혐오표현 실태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청소년들은 “온오프라인 상 혐오표현과 차별에 일상적 노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국회의원은 인사말에서 최근 발생한 배재고 야구부 혐오표현 응원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학교 교육이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의 기초 소양을 충분히 길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 청소년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과 차별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며 이에 무뎌지고 있다”며 “혐오와 차별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유희로 가볍게 대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교육계가 십여 년 전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대응해 왔지만 충분하지 못했다”며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공존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 인근 혐오시위를 규제하는 교육환경법 개정안과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을 소개하며 인권친화적인 학교 환경 조성을 위한 입법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혐오표현을 놀이문화, 밈 등으로 여기는 태도는 인권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경고 신호”
김학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인사말에서 최근 고등학교 야구대회 응원 과정에서 불거진 청소년 혐오표현 확산 문제를 언급하며 “일부 청소년들이 혐오표현을 온라인 공간과 놀이문화, 밈(Meme) 등으로 여기며 경시하는 태도는 역사적 진실과 인권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환경에서 혐오표현이 빠르게 확산되며 피해자 개인과 집단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감대를 무너뜨리는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학교 현장에서 인권교육을 일상화하고, 관계 회복 프로그램과 청소년 맞춤형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제도화하는 등 예방 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일은 표현의 자유와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은 인사말에서 “학교는 학생들이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을 배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특정 지역과 역사, 성별, 장애, 인종, 국적, 종교, 성적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을 향한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혐오와 차별의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유행이나 놀이처럼 소비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 교육감은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일은 표현의 자유와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역사교육과 인권교육, 민주시민교육을 연계한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피해 학생 보호와 회복적 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교사 “혐오표현, 교실 안으로 스며들었다” 호소…
발제를 맡은 서울미동초등학교 홍승희 교사는 최근 배재고 야구부 응원 논란을 계기로 학교 안에서 혐오표현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교사는 “배재고 학생들의 언행은 충격적이었지만 동시에 낯설지 않았다”며 “교실과 가정, 온라인 커뮤니티, 숏폼 영상, SNS 등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되던 혐오와 조롱의 언어가 공적인 공간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혐오표현 사례로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 ▲정치인과 역사적 사건을 조롱하는 밈 등을 소개하며 “학생들은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유행처럼 따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온라인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학생들의 ‘재미로 했다’는 인식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부담 ▲학교 인권교육과 학생들의 실제 생활환경 사이의 괴리 등을 꼽았다. 홍 교사는 혐오표현 대응 방안으로 ▲인권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회복적 교육 확대 ▲교사 지원 강화와 함께 혐오표현 규제 및 차별금지법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생 토론자 “혐오표현, 장난 아닌 교육의 문제“
토론에 나선 신지혜 서울특별시교육청 15기 학생참여단 위원(공항고등학교 1학년)은 배재고 야구부 응원 논란을 계기로 학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혐오표현의 실태를 지적했다. 신 위원은 “학생들은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은어나 외모, 성별, 지역 등을 이유로 한 조롱을 장난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표현은 차별과 편견을 재생산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혐오표현이 반복되는 이유로 ▲또래 집단에서의 소속감 형성 ▲SNS와 온라인 콘텐츠를 통한 반복 노출 ▲타인의 입장에 대한 공감 부족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단순한 농담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모욕감과 소외감을 주는 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해결 방안으로 ▲학교 내 혐오표현 예방교육 의무화 ▲정기적인 학생 혐오표현 실태조사 ▲학교 공통 대응 매뉴얼 마련 ▲학생 참여형 정책 확대 ▲’혐오표현 없는 학교’ 인증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쓰지 말라는 경고가 아닌 왜 그 표현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 “교양 없는 말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
토론에 참석한 여미애 학부모는 혐오표현 문제를 특정 학생이나 청소년 세대 전체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닌 사회 구조와 문화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소년 극우화’와 같은 표현은 현상을 설명하기보다 청소년에게 낙인을 찍을 수 있다”며 “알고리즘과 혐오를 소비하는 문화, 교육의 공백 등 구조적 원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언어를 바꾸는 것은 처벌보다 사회적 규범”이라며 “혐오표현은 처벌받는 말이 아닌 교양 없는 말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실내 흡연과 음주운전, 외모 평가 문화의 변화를 예로 들며 “법보다 사회적 합의와 시선이 행동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청소년 극우화’ 등 낙인 표현 지양 ▲차별금지법을 통한 사회적 기준 마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확대 ▲학교 간 교류 활성화 ▲교사 보호 절차 명문화 등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혐오문화가 학교로 확산
조백기 서울특별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인권옹호관은 혐오표현이 ▲교실 ▲운동부 ▲단체대화방 ▲SNS 등 학생들의 일상 공간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생들이 혐오적 밈과 은어를 놀이나 농담처럼 소비한다“고 언급하며 이로 인해 ”의미와 피해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미디어 등 성인 사회의 조롱과 낙인의 언어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혐오는 경험해야 배울 수 있다”… 토론회서 나온 논란의 발언
이날 토론회에서는 혐오표현을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오갔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한 고등학생은 “자신의 소수자 친구는 동성과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마자 손절을 당했다“며 “현재는 성소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교육청이나 국가가 성소수자의 의견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학생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곧 바로 이어진 다음 발언에서는 성소수자를 둘러싼 다른 의견도 제기됐다. 본인을 서울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라고 소개한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학인연) 활동가는 “차별도 당해보고 혐오도 당해본 사람들이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경험을 통한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학교 내 성소수자 관련 교육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발언을 제지하며 토론장 내 고성이 오갔다. 발언이 계속되자 사회자는 “지금은 혐오표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당사자인 학생도 이 자리에 있다”며 발언 수위 조정을 요청했다. 해당 학부모의 발언 전후로 토론장에서는 참석자들 사이의 언쟁이 이어졌으며, 앞서 성소수자라고 밝힌 학생은 해당 발언을 듣던 중 토론장을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