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음은 쿠팡의 노동 실태를 취재하고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홍의표 고양분회장을 인터뷰했다. 홍 분회장은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 이면에 가려진 가혹한 노동 실태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고양센터에서 ‘워터(상하차 지원)’ 업무를 수행하다 해고된 홍 분회장은 현장의 노동 강도를 “옛날 건설 현장에서 지게를 메고 벽돌을 나르던 수준”이라고 비유했다.
PDA가 지배하는 작업장… “숨 막히는 마감 압박”
홍 분회장은 쿠팡의 효율성이 노동자에 대한 초 단위 감시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워터 사원들은 PDA(개인정보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작업 속도를 통제받는다”며 “바코드를 찍는 순간 해당 박스의 출고 시간이 뜨는데, 한진·롯데 등 택배사별 마감 시간에 맞춰 물량을 쳐내지 못하면 관리자의 혹독한 압박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업 구조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좁은 통로에 수십 개의 토트박스가 쏟아져 내려오면 현장에는 극도의 압박감이 흐른다”며 “물량을 미리 정리하고 포장 라인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쉴 틈은 고사하고 정신을 차리기조차 힘들다”고 덧붙였다.
유명무실한 휴게시간… ‘투명 유리벽’ 휴게실 논란
현행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보장에 대해서도 홍 분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쿠팡에는 식사 시간 외에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사실상 없다”며 “최근 보여주기식으로 휴게 공간을 만들었지만, 사면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관리자들의 감시를 피할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관리자에게 보고해야 하며, 보고 없이 자리를 비울 경우 질책이 돌아온다는 증언이다. 홍 분회장은 “기계는 쉬면 고장이 나지만 인간은 쉬어야 살 수 있다. 쿠팡은 이 기본적인 명제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휴대폰 금지, 안전 사유 아닌 통제 수단
현재 쿠팡은 보안과 안전사고 예방을 이유로 작업장 내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분회장은 “심야 노동 중 심장 압박을 느끼거나 동료가 쓰러지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관리자를 찾아가 보고하는 동안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며 “휴대폰만 있었다면 과거 덕평 물류센터 화재나 각종 과로사 사고 때 더 빠른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간다운 노동 환경 보장이 우선
홍 분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쿠팡 측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야간 노동은 남들 잘 때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최소한의 휴게 시간과 긴급 상황을 대비한 휴대폰 소지 권한은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쿠팡은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을 자처하지만, 그 속을 채우는 것은 구시대적인 노동 통제와 감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소비자들의 편리함 뒤에 가려진 노동자의 ‘쉴 권리’와 ‘안전할 권리’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이제는 쿠팡이 답할 차례다.
취재 – 안병석, 장효주, 김규리 기자
글 – 장효주 기자
